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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진단하는 사람, 그린리모델링은 어떻게 시작될까?

2026-09-21 오후 11:20:13

그린리모델링은 단순히 오래된 창호를 바꾸거나 단열재를 보강하는 공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건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문제를 진단한 뒤, 무엇을 먼저 개선할지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건축물 에너지평가사로 현업에 계신 이재기 대표님을 만나, 실제 그린리모델링 현장에서 건물을 어떻게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결정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림 1. 에코플랜 이재기 대표님과의 인터뷰

인터뷰는 건물을 본다 문제를 찾는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예산 안에서 선택한다 미래 실무자에게 조언한다는 흐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린리모델링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건물의 개선 방향을 결정할까요?지금부터 이재기 대표님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① 건물을 본다 - 현장조사는 어디서 시작되나요?

Q: 그린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처음 맡으시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순서상으로 보면 현장에 나가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자료들이 있습니다. 현재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공공건축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 방문 전에 도면, 건축물대장, 개보수 이력 등의 자료를 요청해 먼저 검토합니다.이후 검토한 도면을 가지고 현장에 나가 건축, 기계·전기,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현황을 조사합니다.

건축 분야에서는 도면과 실제 현장 상황이 일치하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오래된 건물은 임의 증축이나 내부 공간 변경, 창호 교체 등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도면과 실제 현장이 다른 경우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기계·전기 분야에서는 냉난방기, 보일러, 조명 등의 위치와 대수, 연식, 제원을 확인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 설비의 설치 여부와 모듈의 제원, 설치 수량 등을 조사합니다. 필요한 경우 글라스 체크와 같은 장비를 활용해 복층유리 여부나 로이 코팅 적용 여부 등 창호의 성능도 함께 확인합니다.

Q: 오래된 건물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가 있나요

A: 어린이집, 보건소, 경로당과 같은 소규모 공공건축물에서는 최초 시공 당시 단열 처리가 불완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모서리나 천장 접합부처럼 단열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에서 결로나 열교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창호 역시 노후화되면서 기밀성이 떨어져 창틀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Q: 도면에서 예상한 것과 실제 현장이 다른 경우도 있나요

A: 매우 흔하게 발생합니다. 건물을 사용하면서 내부 공간을 변경하거나 발코니를 확장하는 등 임의로 건물을 변경한 경우에는 건축물대장상의 도면과 실제 현장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린리모델링 국비 지원 사업에서는 불법 또는 미등기된 임의 변경 구역에 대한 공사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해당 부분을 공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사용자 측에서 원상복구한 뒤 단열이나 창호 개선을 진행해야 지원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② 문제를 찾는다- 에너지 손실은 어떻게 발견하나요?

Q: 건물의 에너지 문제는 실제로 어떤 방법을 통해 진단하시나요

A: 에너지 손실 진단은 육안 조사와 전문 측정 장비,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함께 활용해 진행합니다.

먼저 현장에서 건물의 상태를 직접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열화상 카메라나 글라스 체크와 같은 장비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후 단열, 창호, 설비 등의 현황 데이터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입력해 현재 건물의 에너지 소비 수준과 손실 정도를 파악합니다. 다만 장비만으로 모든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벽면의 곰팡이처럼 눈에 보이는 문제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천장 마감재 내부나 코너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하자는 한 번의 조사만으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조사자의 경험입니다. 건물의 구조와 상태를 바탕으로 문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공사 단계에서 다시 확인하며 보완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장비의 경우 건물의 유리면에 접촉을 하면 유리와 관련된 정보를 읽어주는 것이며, 오른쪽 장비의 경우는 유리창 틀에다가 끼워서 사용을 하면 자외선, 적외선, 일사에너지 투과율(Solar Heat Gain Coefficient)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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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유리의 물성을 측정하는 장비(좌)와 유리의 자외선 투과율, 적외선 투과율, 일사에너지투과율 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우)

Q: 현장조사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실제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A: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시뮬레이션 결과는 실제 개선안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창호의 성능이 낮거나 기밀성이 떨어진 경우에는 고성능·고기밀 창호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단열재는 기존 성능과 현재 기준을 비교해 필요한 두께와 성능을 다시 설정하고, 현장 여건에 따라 외단열과 내단열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합니다. 냉난방기나 보일러와 같은 기계설비 역시 설치 연도와 현재 성능을 확인해 노후화되었거나 효율이 떨어진 경우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는 계획을 반영합니다.?

Q:?현장조사에서 조사자가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도 있나요

A:경험이 많지 않으면 필요한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거나 확인해야 할 항목을 빠뜨려 다시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 나가기 전 도면을 충분히 검토하고,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③ 우선순위를 정한다-무엇부터 고쳐야 하나요?

Q: 모든 부분을 한 번에 개선할 수 없다면, 무엇부터 고칠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시나요

A:기본적으로는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먼저 줄인 뒤, 필요한 설비와 신재생에너지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순서로 접근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패시브 기술 요소입니다. 단열재나 창호와 같은 건축적 요소의 성능을 높여 건물 자체의 냉난방 부하, 즉 필요한 에너지량을 먼저 줄이는 단계입니다. 쉽게 말하면 건물 자체의 ‘맷집’을 먼저 키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줄어든 냉난방 부하에 맞춰 고효율 냉난방 설비나 기기와 같은 액티브 기술 요소를 적용합니다. 이후 패시브와 액티브 요소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충분히 줄인 뒤에도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합니다.

마지막으로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를 적용해 날씨나 실내 환경, 에너지 부하 변화에 따라 설비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지속적으로 관리합니다. 즉, 일반적인 그린리모델링에서는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관리의 순서로 접근하며, 먼저 건물 자체의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Q: 창호·단열·설비의 우선순위는 건물마다 어떻게 달라지나요

A: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패시브(창호·단열) 개선 후 액티브(설비)를 적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건물의 노후화 상태와 에너지 사용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설비의 노후도가 극심해 당장 교체나 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면 단열보다 설비 교체가 우선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시설이나 노인 요양병원처럼 급탕 및 냉난방 사용량이 매우 많은 건물은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 중앙공조 방식을 새 장비로 교체할지, 별도의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할지 설비 전문가와의 협업과 정밀 진단을 통해 우선순위를 다르게 조정해야 합니다. 단정적으로 "어느 건물엔 무조건 무엇이 1순위다"라고 정해두기보다는, 건물 상태와 용도에 맞게 최적의 판단을 내립니다.

Q: 실제로 예상했던 우선순위가 현장조사 후 바뀐 사례가 있었나요

A:현장에 나가기 전에는 미리 우선순위를 단정 짓거나 예상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 후에 순위가 ′뒤바뀌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정밀하게 진단하기 전까지는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알 수 없습니다. 철저한 현장 조사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무엇부터 고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계획이 세워집니다.

④ 예산 안에서 선택한다-현실적인 설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Q: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어떤 항목에 우선 투자할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A:현장 조사를 통해 도출된 개선 항목들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부터 1순위, 2순위로 나눕니다. 그다음 각 항목의 공사비를 산출하여 정해진 예산 범위(예를 들어 5억 원) 내에 들어오는 항목까지 순차적으로 채워 넣고, 예산을 초과하는 부분은 다음 사업으로 미루는 방식입니다.이때 숫자상의 에너지 절감률만을 높이기 위해 단열이나 창호 개선(패시브/액티브) 없이 무작정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만 설치하는 것은 지양합니다. 건물의 누수나 누기를 잡는 기본적인 공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그린리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개선 방법이 있나요

A:예산이 부족해 단열재나 창호를 전면 교체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평지붕 옥상에 차열도료(쿨루프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여름철 일사를 차단해 주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냉방 부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 하나의 마법 같은 방법′은 없으며, 개별 건물의 진단 결과에 맞춰 여러 요소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에너지 절감 효과와 이용자 편의가 충돌할 때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나요

A:그린리모델링 사업이 국비 지원으로 진행되는 만큼, 지원 요건인 ′에너지 절감률 기준(예: 20% 이상)′을 충족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사용자 입장에서는 싱크대나 신발장 교체, 미관 향상 같은 편의 개선을 원하실 수 있지만, 단순 편의를 위한 공사는 국비 지원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줄이는 공사를 다 하고 예산이 남아도 지원금은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미관이나 편의 개선 공사는 사용자의 자비(추가 비용)로 진행하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⑤ 미래 실무자에게-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Q: 학생들에게 그린리모델링을 가르쳐보신 입장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제 현장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학교 수업은 주로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 등의 요소 기술 이론과 에코투(ECO2), 에코투OD(ECO2-OD) 같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개념 위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히 이론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기존 건축물대장의 도면과 실제 현장 상태가 일치하는지 파악하는 ′도면 독해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노후 건물은 증축이나 구조 변경 이력이 많아서 현장에서 직접 장비 제원을 확인하고 바뀐 위치를 도면에 체크해 오는 실무 감각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모든 과정을 현장조사로 진행하긴 어렵기 때문에, 실제 프로젝트의 사진과 도면을 비교하며 ′현장을 보는 눈′을 기르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Q: 그린리모델링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실무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요

A:먼저 건물 에너지 성능을 구성하는 5대 요소(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에 대한 융합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건축 전공이라고 해서 건축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기계설비(유체역학, 냉동 사이클 등)와 전기 분야의 기본 이론과 도면 독해 능력을 꼭 갖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 ′건축설비기사′ 같은 자격증을 미리 준비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더 나아가 단순히 기존 건물을 고치는 ‘그린리모델링’에만 시야를 가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녹색건축인증(G-SEED), 해외 친환경 인증(LEED), 장애인 편의시설 인증(BF) 등 ′친환경 건축 컨설팅′이라는 더 넓은 범주로 시각을 확장하고 역량을 키워나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에코플랜 이재기 대표와의 만남은 ‘그린리모델링’이 단순한 노후 시설 교체 공사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도면과 현장의 간극을 읽어내는 예리한 시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적의 효율을 찾아내는 우선순위 판단, 그리고 건축과 설비를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까지.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결국 ‘현장을 정확히 진단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기존 건물의 가치를 되살리는 그린리모델링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번 인터뷰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실무자들과 미래의 친환경 건축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 모두에게 유용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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