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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주관한 ′제5회 그린리모델링 챌린지′ 에너지 및 온실가스 저감 설계 부문에서 중앙대학교 ′Green Evolve′ 팀(노지윤, 이가연)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대학 캠퍼스 내 노후 건물을 데이터 기반의 첨단 그린 캠퍼스로 탈바꿈시키는 혁신적인 설계안을 제시했다. 단순히 낡은 설비를 교체하는 것을 넘어 패시브 및 액티브 기술, AI 기반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맞춤형 신재생에너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1차 에너지 사용량 46% 절감이라는 구체적이고 놀라운 성과를 설계해 냈다.
건축과 데이터를 결합해 노후 건축물을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시킨 ′Green Evolve′ 팀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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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교육 시설, 지능형 인프라로의 ′진화(Evolve)′를 꿈꾸다
Q. 먼저 제5회 그린리모델링 챌린지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로 노후 대학 건물을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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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감사합니다. 캠퍼스는 가장 익숙한 공간이자, 동시에 에너지 사각지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학 캠퍼스에는 신축 건물도 많지만, 과거 단열 기준이 미비하던 시절 지어진 노후 건물들이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물들은 단열재 부재나 낡은 창호로 인해 에너지 손실이 막대하고, 불규칙한 재실 패턴 때문에 관리 효율도 매우 낮습니다.
저희는 대학생의 시각에서 평소 느껴온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이 그린리모델링의 국가적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대중에게 친숙한 캠퍼스 건물을 모델로 삼아 ‘그린리모델링이 탄소 감축에 얼마나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했습니다. 노후 교육 시설을 지속 가능한 ′그린 캠퍼스′의 상징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많은 분들의 환경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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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젝트명인 ′Green Evolve′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진화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설계에서 가장 중점을 둔 핵심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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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희가 정의한 ′진화(Evolve)′는 단순히 낡은 설비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건물이 스스로 환경에 반응하고 최적의 효율을 찾아가는 ′지능형 인프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저희는 크게 세 가지 단계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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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패시브 솔루션′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조량에 따라 구역별로 외피를 차등 설계하여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둘째는 ′지능형 운영′입니다. AI를 도입해 재실자의 유무나 기상 상황에 따라 건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관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생산′입니다. 옥상과 외벽(BIPV)을 활용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자립률을 극대화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손실 최소화, 소비 최적화, 생산 최대화′를 통해 건물의 생애주기를 연장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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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재탄소까지 고려한 다목적 최적화 설계
Q. 설계 과정에서 NSGA-II 유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단열벽을 최적화하신 부분이 매우 기술적으로 보입니다. 보통은 에너지 효율만 따지기 쉬운데, 자재의 Embodied Carbon까지 고려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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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건물을 사용하는 동안 배출되는 ′운영 탄소′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열 성능을 높이려고 단열재를 무한정 두껍게 쓰면 운영 에너지는 줄지만, 단열재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가 발생합니다.
저희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NSGA-II 알고리즘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에너지 소비량 최소화′와 ′자재 내재탄소 최소화′라는 두가지 목표의 최적 균형점인 ′파레토 전선(Pareto Front)’을 도출해냈습니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또 다른 환경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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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ection A에서 PF 단열재 100mm와 외벽/내벽 25mm 조합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으셨는데요. 이 조합이 실제 에너지 성능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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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적화 과정을 거쳐 도출된 PF 단열재와 내/외벽 조합을 통해, 기존 1.277 W/m2?K에 달하던 외벽의 열관류율(U-value)을 0.199 W/m2?K로 낮추었습니다. 이는 약 84.4%의 성능 개선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벽체의 성능 향상을 넘어 건물 전체 에너지 소요량을 연간 약 9.2% 감축하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자재 선택의 최적화를 통해 내재탄소 배출량 역시 기존 대비 약 80.5% 저감하며 환경적 효율성을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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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별 맞춤형 통합 그린 테크놀로지 도입
Q. 건물 구역별로 서로 다른 태양광 기술을 적용하신 점이 돋보입니다. 옥상(Section C)에는 HJT 셀을, 남측 입면(Section D)에는 CIGS 셀을 사용하셨는데, 이렇게 기술을 구분하여 적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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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건물은 외관상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같은 방향의 벽이라도 부위마다 처한 환경이 다릅니다. 저희는 이 점에 주목해 계절과 입면별로 일조 조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옥상은 봄과 여름철에 강한 일조량이 집중되는 반면, 남측 외벽은 태양 고도가 낮은 가을과 겨울철에 사선광이나 산란광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옥상에는 수평으로 설치했을 때 효율이 높고 여름철 고온에도 출력이 잘 유지되는 HJT(이종접합) 셀을 적용했습니다. 반면 남측 외벽에는 태양 고도가 낮거나 흐린 날, 혹은 주변 건물에 의해 그림자가 생기는 상황에서도 발전 효율이 좋은 CIGS(박막형) 셀을 선택했습니다.
건물 외벽은 외부 환경과 내부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부위별 특성에 맞춰 태양전지를 다르게 선택함으로써, 에너지를 만드는 효율은 높이고 실내 환경 유지를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는 줄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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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옥상에 적용된 PVGR 시스템이 흥미롭습니다. 태양광 패널 하부에 식생을 배치했을 때, 단순히 녹지 공간을 늘리는 것 외에 기술적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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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VGR 시스템은 태양광 발전(PV)과 옥상 녹화(Green Roof)의 단순한 결합 그 이상입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패널은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데, 하부의 식물이 증산 작용을 통해 패널 주변 온도를 낮춰줌으로써 발전 효율을 약 5~10% 향상시킵니다. 동시에 식생층은 건물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단열 성능을 보조하여 냉방 부하를 줄여주죠. 에너지 생산량은 늘리고 소비량은 줄이는 완벽한 상호보완적 시스템입니다. (텃밭처럼 활용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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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건물 중심부인 Section B에 ‘아트리움’을 도입하셨습니다.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재실자의 쾌적성도 중요하게 고려하신 것 같은데, 이곳에는 어떤 환경 조절 전략이 숨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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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트리움에는 상하부 온도 차를 이용한 자연환기(Stack Effect) 촉진 전략과 이중외피(Double Skin)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계 설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신선한 외기를 유입시키고 내부 열을 배출합니다. 또한 내부 식생 배치와 채광 설계를 통해 재실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시각적 쾌적성을 제공하는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을 구현하여, 에너지를 아끼는 건물이 불편한 건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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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기반 BEMS로 완성한 지능형 운영 관리와 성과
Q. 하드웨어적인 설계를 넘어 AI 기반 BEMS라는 소프트웨어적 운영 방식을 제안하셨습니다. 특히 재실 확률에 따라 적극 가동 - 절감 모드 - 비재실로 제어하는 로직이 인상적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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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건물은 살아있는 공간이기에 사용자 패턴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저희는 재실 확률에 따라 세 단계로 제어 로직을 구성했습니다. 재실 확률이 0.7 이상일 때는 쾌적성을 최우선으로 HVAC(냉난방공조)를 적극 가동하고, 0.3~0.7 사이의 모호한 구간에서는 에너지 절감 모드로 전환하여 최소한의 환경만 유지합니다. 마지막으로 0.3 미만인 비재실 구간에서는 대기 전력을 차단하고 시스템을 중지합니다. 이러한 정밀 제어를 통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스마트한 운영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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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1차 에너지 사용량을 약 46%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단계적으로 적용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A. 먼저 패시브(Passive) 기술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소요량을 약 22% 절감했습니다. 건물의 냉난방 부하는 결국 외벽을 통해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는 열의 양에 의해 결정되고, 노후 건축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단열 성능을 개선함으로써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후 고효율 설비와 AI BEMS를 적용해 건물이 스스로 상황에 반응하며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통해 건물에서 필요한 전력의 일부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자립률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최종적으로 1차 에너지 사용량을 189.8 kWh/m²·year까지 낮출 수 있었고, 기존 대비 약 46% 절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후 대학 건물도 충분히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수준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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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이번 ‘Green Evolve’ 프로젝트가 향후 노후화된 교육 시설이나 공공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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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린리모델링은 단순한 시설 보수가 아니라 기존 건물의 미래 가치를 재설계하는 과정입니다. 저희는 데이터 기반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의 문제를 정량적으로 진단하고,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사용량 절감, 탄소 배출 저감, 그리고 사용자 쾌적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건물이 단순 공간을 넘어 환경 변화와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친환경 건축이 관념적인 이야기에 그치지않고,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노후 건물을 통해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임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Green Evolve’의 기술적 제안이 대학 캠퍼스를 시작으로 전국의 노후 교육시설과 공공 건축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실질적인 참고 모델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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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건축, 데이터와 신소재가 빚어내는 지속가능성
이번 ′Green Evolve′ 팀의 프로젝트는 노후 건축물이 당면한 한계를 어떻게 첨단 공학과 데이터로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준 훌륭한 이정표다. 이들의 설계안은 단순히 단열재를 두껍게 바르고 태양광 패널을 얹는 1차원적인 접근을 뛰어넘었다
.자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아우르는 내재탄소 분석, 일사량 데이터에 기반한 구역별 맞춤형 신재생에너지 배치, 그리고 실시간 재실 데이터로 구동되는 AI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까지 전 과정에 걸친 고도화된 융합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1차 에너지 사용량 46% 절감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는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 및 교육 시설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전력 소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노후 건축물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Green Evolve′ 팀이 증명했듯, 그린리모델링은 단순한 ′보수 공사′가 아니라 건축물을 주변 환경 및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재창조하는 혁신의 과정이다.
캠퍼스의 낡은 건물을 가장 안전하고 스마트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로 진화시키고자 한 청년들의 공학적 고민과 뜨거운 열정이, 대한민국 녹색 건축의 새로운 표준으로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